《이스트윅의 마녀들》은 그냥 판타지 영화가 아니에요. 이건 유쾌한 풍자극이고, 여성 해방 선언이기도 하며, 거기에 마법까지 곁들인 독특한 오락영화예요.
작은 마을 이스트윅에 사는 세 명의 여자들, 알렉산드라, 제인, 수키. 이들은 각각 예술가, 음악가, 작가지만, 공통적으로 남편 없이 외롭게 살아가요. 그러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 대릴 밴혼이 마을에 등장하면서 세 여성의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죠.
처음엔 매력적이었던 그가 점점 혼돈과 광기의 씨앗으로 변해가고, 마을도 점차 기이한 에너지로 뒤덮이게 돼요. 그리고 그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들 안에 숨어 있던 힘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잭 니콜슨, 역시 악마 연기의 달인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말 그대로 ‘악마’ 그 자체예요. 대릴 밴혼이라는 인물은 겉으로는 재치 있고 매력적인 신사처럼 보이지만, 점점 그 안의 교활함과 본성이 드러나죠.
그가 여성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묘하게 중독적이에요. 처음엔 해방감을 주는 듯하지만, 결국 조종하고 지배하려 해요. 잭 니콜슨은 그 변화를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보는 내내 긴장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요.
“정말 나쁜 놈인데 어쩐지 끌린다”… 딱 그런 느낌을 잘 살린 캐릭터였어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면서 스스로의 힘을 일깨우는 존재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유쾌한 복수극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세 여성들이에요. 알렉산드라는 강하면서도 감성적인 조각가, 제인은 조심스러운 첼리스트, 수키는 다정한 작가지망생.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이들은 대릴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이 해방되지만, 동시에 조종당하는 존재로 전락할 뻔하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연대해요. 그러면서 비로소 자신들 안의 ‘마녀성’을 각성하게 되죠.
그 과정이 무겁지 않고, 재기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무슨 페미니즘 선언 같은 영화라기보단, 오히려 “여자들이 모이면 진짜 무섭고도 강력해진다”는 걸 코믹하게 보여준 작품이에요.
연출과 음악, 80년대 특유의 분위기
1980년대 특유의 촬영 기법과 음향, 의상은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럽지만,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줘요.
특히 마법이 일어나는 장면들에서는 그 시대의 특수효과가 꽤나 창의적으로 사용되었고, 음악도 장면마다 감정을 풍부하게 살려줘요. 괴기스럽기보다는 마법 같은 현실감, 그러니까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그 오묘한 현실성과 환상성의 경계가 잘 살아 있었어요.
감상 한줄 요약
"욕망은 해방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스트윅의 마녀들》은 유쾌하면서도 은근히 뼈 있는 영화예요. 여성의 자각과 연대를 코미디로 풀어냈고, 악마가 진짜 무서운 게 아니라 내 안의 욕망을 들춰보게 만드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줘요.
마법이 나오는 영화지만, 사실은 사람 이야기. 그리고 여자 이야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마법 같은 영화였어요.